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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 조별과제에서 자리를 빼앗기는 한전

ENosentra 2025. 4. 1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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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거래’ 시대에 놓인 인프라 구축 기업의 존재 이유

“전력망은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그 대가를, 누가 치러야 하는가.”


1. 직접 공급, 정말 가능한가?

며칠 전 뉴스에서 다소 조용하게 흘러간 단신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관련 기사 링크 - https://news.nate.com/view/20250409n27850

 

한전 없이도 재생에너지 공급할 길 열렸다…관련 고시 개정 : 네이트 뉴스

한눈에 보는 오늘 : 경제 - 뉴스 : '2024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를 찾은 해외 바이어가 태양광 구조물 건설업체 부스에서 구매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 News1 공정식

news.nate.com

‘광주 그린에너지 ESS 발전 규제자유특구’에서, 재생에너지 ESS 발전사업자가 한전을 거치지 않고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이죠.

언뜻 보면, 그저 하나의 정책 실험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뉴스는 전력 산업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입니다.

이제 전력 거래의 주체가 단순히 한전 → 기업 → 소비자라는 단선형 구조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생산자 ↔ 소비자 간 직접 계약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전기의 탈중앙화, 그리고 직거래의 시대가 열린 것이지요.


2. 그러나 여전히, 전력은 한전의 망을 지나간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기사와 실증 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 실증사업에서 진행된 공급은 어디까지나 물리적 공급이 아닌 ‘계약상 직접 거래’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즉, 태양광이나 ESS에서 생산된 전력은 소비자와 직접 계약을 맺긴 했지만,
실제로 전기가 흘러가는 물리적 경로는 여전히 한전의 송배전망입니다.

그렇다면 질문이 생깁니다.

이 모든 전력을 실어나르는 전력망.
그 수리와 유지, 확장 비용은 누가 감당해야 할까요?


3. RE100이라는 이상과, 서민 전기요금이라는 현실

RE100을 도입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많아졌습니다.
특히 글로벌 브랜드일수록 ESG 경영이 필수 항목이 되며, ‘깨끗한 전기’에 대한 수요는 점점 더 커지고 있죠.

그런데 이 전기는 한전을 거치지 않으니, 한전에 전기료를 지불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송배전망은 그대로 사용합니다.

그래서 한전은 최근 망 이용료 개편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2022년 PPA 전용 전기요금제를 도입하며, 일반 소비자보다 50% 이상 높은 기본요금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산업계의 반발로 결국 유예되고 말았죠. 【참조: 퍼플렉시티 보고서】

재생에너지 직접 전력거래와 한전 송배전망 역할 관계 분석_ 팩트체크 보고서.pdf
0.40MB

망을 유지해야 하는 책임은 여전히 한전에게 있지만,
그 대가를 정당하게 받는 구조는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4. 부담은 누구에게? 대답은 뻔하다

이제, 정말 중요한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한전이 수익을 잃었을 때, 누가 그 손해를 메울까?

기업은 떠날 수 있습니다.
직접 전력을 구매하거나, RE100을 명분으로 전기료 부담을 외면할 수 있지요.

하지만 서민은 떠날 수 없습니다.

에어컨을 켜는 것도 눈치 보이고,
전기세 고지서를 볼 때마다 한숨을 쉬는, 그들이죠.

현재 한국의 망 이용료 비중은 12.9%에 불과합니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은 20~30% 수준이니, 상대적으로 한전이 감당하고 있는 부담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참조: 보고서, 항목 2-3】

만약 요금 체계 개편 없이 지금의 ‘직거래 흐름’이 확대된다면?
그 부담은 결국, 남은 사람들—우리 같은 서민들—에게 돌아오게 됩니다.


5. 한전은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한전은 이제 단순한 ‘전기 판매자’가 아니라,
국가의 전력 인프라를 조율하고 유지하는 플랫폼 운영자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역할과 보상은 과거의 틀에 묶여 있고,
고객(기업)은 더는 한전에 전기를 사주지 않으면서, 그들이 만들어 놓은 망은 이용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건 마치 고속도로는 안 쓰겠다면서,
고속도로 위에서 자전거를 타겠다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6. 결론... 구조의 개편 없이는, 변화는 위기로 이어진다

이번 ‘직접 전력 거래’ 실증은
한국의 전력 구조가 이제는 탈중앙화분산형 전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하지만 그 변화가 구조적 뒷받침 없이 밀어붙여질 경우,
결국 그 부작용은 서민의 전기요금이라는 가장 민감한 영역에 전가될 수 있습니다.

그들이 떠난 자리, 누가 그 비용을 감당할 것인가?

그리고 한전은
과연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중앙 허브’로서의 역할을 계속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

그 답을 묻는 건, 지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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